제 생애 첫 유럽, 16일간의 꿈 같았던 순간들
제 생애 첫 유럽, 16일간의 꿈 같았던 순간들여행에서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정말 저기에 있었었나?’ 하고 말입니다.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16일 동안 밟았던 유럽의 땅은 마치 한 편의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제 인생의 버킷리스트였던 옥토버페스트와 융프라우의 설경을 두 눈에 가득 담고 온, 그 꿈만 같았던 기록을 이제 시작해 보려 합니다.# 파리, 도시 전체가 살아있는 박물관이었습니다“어떻게 도시 전체가 이토록 거대한 유적일 수 있을까?”제가 파리에 내딛은 첫걸음에서 나온 첫마디였습니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풍경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어느 곳을 배경으로 서도 그대로 엽서가 되는 마법 같은 곳이었습니다. 특히 센강 유람선에서 본 야경은 정말이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에펠탑이 온몸으로 빛을 뿜어내는 그 모습은 상상 이상이었고, '이 풍경은 하루만 보기엔 너무나 아쉽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물론, 생각보다 차가운 강바람에 몸은 떨렸지만 그마저도 낭만으로 기억될 만큼 아름다운 순간이었습니다.사진으로만 보던 노트르담 대성당과 개선문의 그 엄청난 크기 앞에서는 저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졌습니다. 직접 봐야만 알 수 있는 그 웅장함과 압도감은 결코 사진에 다 담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노천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파리지앵들을 보며 잠시나마 그들의 평온한 일상을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미식의 나라'라는 명성에 잔뜩 부풀었던 기대와 달리, 음식은 솔직히 제 입맛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스위스, 대자연 앞에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파리의 북적임을 뒤로하고 도착한 스위스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저 멀리 융프라우 봉우리가 실루엣처럼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저도 모르게 "우와..." 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전망대 위에 올라섰을 때, 제 눈앞에 펼쳐진 끝없는 설산의 풍경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이곳에서는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저조차도 멋진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인터라켄의 옥색 호수 위를 떠다니던 유람선에서의 시간도 잊을 수 없습니다. 솔직히 한 시간 내내 비슷한 풍경이 이어져 마지막에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호숫가에 점점이 박힌 예쁜 소도시들을 구경하는 것은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소 농장 옆에 있던 숙소 덕분에 밤새 들었던 경쾌한 소방울 소리는 시끄럽게 느껴지기는커녕, 오히려 알프스의 자장가처럼 평화롭게 들렸습니다.# 뮌헨, 제 버킷리스트가 현실이 된 밤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뮌헨이었습니다. 유난히 멋진 사람들이 많았던, 조금은 차갑게 느껴졌던 도시의 첫인상도 축제의 열기 속에 금세 잊혔습니다. 비록 축제 메인 행사장에 가진 못했지만, 가장 유서 깊다는 '호프브로이하우스'에 들어선 순간, 그 열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습니다.사람들은 다 함께 응원가를 목청껏 외치고, 테이블이 부서져라 맥주잔을 내려치며 이 순간을 즐겼습니다. 그곳의 소음, 맥주 거품, 사람들의 상기된 얼굴...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이란 걸 알기에 하나라도 더 눈과 카메라에 담으려 애썼습니다. 독일의 맥주와 소시지는 물론 맛있었지만, 솔직히 한국의 족발이 조금 그립기도 했습니다.# 동유럽, 예상치 못한 위로와 짙은 여운화려했던 서유럽을 지나 도착한 동유럽. 처음엔 이전 도시들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던 탓에 감동이 덜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완벽한 착각이었습니다.프라하는 차분하고 정겨운 도시였습니다. 인적이 드문 새벽녘, 일행들과 함께 프라하성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복잡했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습니다. 기대 없이 방문했던 비엔나는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습니다.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였던 부다페스트의 첫인상은 조금 낡고 오래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면 여행의 끝이라는 아쉬움 때문인지, 그 스산했던 풍경마저 아련하고 아름답게 기억됩니다. 조금 더 눈에 담아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입니다.동유럽에선 비가 자주 내렸습니다. 궂은 날씨에 돌아다니기 힘들어 투덜거리기도 했지만, 빗물에 젖어 반짝이는 돌길과 도시의 풍경은 흐린 날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오히려 더욱 신비롭고 깊은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16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참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이제는 다시 일상이지만, 문득문득 떠오를 유럽의 그 거리, 그 공기, 그 순간들이 한동안 저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언젠가 크리스마스 시즌의 동유럽을 다시 찾을 날을 조심스럽게 꿈꿔 봅니다.글을 마치며, 소중한 인연에게마지막으로, 이 특별한 여정을 함께 채워주신 분들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가족처럼 의지하며 즐거운 추억을 쌓았던 저희 '프스동 1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그리고 여행 내내 저희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주시고,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생길 때마다 '무한 긍정' 에너지로 능숙하게 대처해주신 안예림 가이드님, 정말 고맙고 든든했습니다.여행 중 흘러가는 말로 건넸지만, 언젠가 시간이 허락된다면 꼭 다시 만나 그때의 즐거웠던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말을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전합니다. 소중한 시간을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 나아가시는 모든 길에 언제나 행복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최원종 202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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