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는 뜻밖에도 명절 대이동이 없어졌고, MBTI P인 나는 뻔한 연휴를 보내고 싶지 않아 충동적으로 여행을 결심했다. 인스타그램 광고로 ‘마이유럽’을 보게 되었고, 한 달 남은 시점에 비행기 티켓을 예매해버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새벽 공항 이동과 장거리 비행의 피로는 예상보다 컸고, 독일 경유 후 프라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라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여행은 프라하의 밤에서 시작됐다. 야경 투어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양조장에서 맥주 한 잔을 나눈 것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다음날부터는 사진도 찍고, 식사도 하고, 관광지도 함께 걸어 다니면서 처음의 어색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치 오래된 친구들처럼 가까워졌다. 특히 이번 여행에서 만난 지원 가이드님은 그동안 경험했던 뻔하고 루즈한 가이드와는 달리 정말 유쾌하고 따뜻한 분이셔서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됐다.

마지막 날, 모두 한 방에 모여 새벽 늦게까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내일부터는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이 크게 다가왔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 나에게 먼저 다가와준 ‘체스키 모델’ 친구들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은 그저 인스타 광고에 마이유럽이 떴던 그 순간이 너무 고마울 뿐이다. 또 기회가 된다면, 마이유럽과 지원 가이드님과 함께 다시 유럽을 여행하고 싶다.